남편과 함께한 출산 이야기 (자연분만)
출산 전날
출산 과정의 기억이 남아있을 때 간략하게라도 기록으로 남겨두려고 한다.
눈송이를 직접 보게 된 날은 일요일 저녁때 쯤이였는데 아내는 금요일부터 신호를 느끼고 있었다.
금요일에 아침에 처음으로 이슬을 보고 마침 병원 방문날이라 원장님 진료를 봤는데 내진 결과 곧 출산이 임박했다는 소식을 듣게되었다.
280일이라는 시간의 끝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얘기를 들으니 긴장이 되었다. 그래도 침착하게 마음을 다잡았다.
아내와 나는 예정일 한달 전부터 호흡, 힘주기 연습을 조금씩 하고 있었는데 금요일에도 호흡 연습을 같이 했다.
토요일에는 헬스장에서 함께 간단한 운동(머신, 맨몸 스쿼트)을 하고 그동안 주말과 똑같이 보냈다.
주로 랫풀다운(라운드 숄더 예방), 스쿼트, 간단한 덤벨 운동, 러닝머신(걷기) 을 주로 했다.
출산 당일
그리고 마침내 일요일, 이날은 아침부터 이슬이 자주 보이고 본격적으로 진통이 시작되는 듯 했다. 혹시나 해서 병원에 전화를 해봤지만 원장님은 아직 그정도로는 이르고(가진통일 수 있으므로...) 응급상황(피가 보이거나, 양수가 터지거나)을 제외하고 진통 주기가 5분정도로 짧아지면 그때 병원에 오라고 얘기했다.
아내는 아직 가진통으로 생각해서 참으면서 같이 점심으로 김치볶음밥을 먹었다. (출산전 마지막 메뉴가 되었다!!)
하지만 밥을 먹는 중간 중간에도 진통은 계속 되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주기적으로 아픔이 찾아왔는데 그때마다 서서 내 어깨를 잡고 상체를 약간 숙이고 왼쪽 ~ 오른쪽으로 골반을 풀어주거나 짐볼 스트레칭을 하면서 견뎠다. 이후에도 진통이 줄어들지 않자 왠지 오늘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간단히 샤워를 하고 본격적으로 병원에 갈 준비를 시작했다. 미리 챙겨둔 출산가방을 한번 더 정리하고 일주일동안 비어있을 집도 간단하게 정리 했다. 진통 주기가 5분으로 줄어들었을 때 우리는 병원으로 향했다.
병원 도착 후
병원에 도착하고 나서는 가족분만실에서 자리를 잡고 간호사 분이 분만 준비를 하는 동안 1시간 정도 호흡을 가다듬었다. 간호사분은 현재 상황에 대해 간단하게 설명을 해주었는데 병원에 도착했을때 70% 정도 진행된 상황이고 무통주사 시기도 이미 지나가서 정말 말 그대로 자연 분만을 진행할 것이라고 얘기를 해주셨다.
이후에는 본격적으로 힘주기를 시작했다. 빠르면 10분내로 눈송이를 볼 수 있다고 했지만 예상보다는 늦어졌다. 아내와 같이 힘주기 연습을 했지만 막상 실전에서는 예상보다 훨씬 더 힘이 들었는데 올바른 방향으로 힘을 길게 주어야 하는데 이게 정말 어려웠다.
그래도 병원 도착 후 2시간 정도 되었을때 다행히도 무사하게 눈송이를 볼 수 있었다. 눈송이 울음소리와 함께 탯줄을 자르고 손가락, 발가락도 세어보고 정말 고생한 아내 품에 눈송이가 안긴 모습을 봤을때 우리 가족은 비로소 3식구가 되었다고 느껴졌다.